대덕의 역사문화

죽으러 가다가 운수가 풀린 사람

카테고리
운명/팔자
작성자
대덕문화원
작성일
2025-04-07
조회
52
죽으러 가다가 운수가 풀린 사람
줄거리 : 가난한 사람이 가난하게 사는 것이 너무 지겨워서 죽으러 가다가 점쟁이를 만나게 된다. 굶어 죽을 팔자라는 소리를 듣고 물에 빠져 죽으려고 하다가, 물가의 고기 새끼들을 구해 주고는 자식들을 다시 한번 더 보고 죽으려고 돌아서다가 그 점쟁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점쟁이가 하는 말이, 당신은 부귀 영화를 누리며 횡재를 할 운이라고 하며 죽지 말라고 한다. 점쟁이 말에 따라 남쪽으로 가다 한 여관에 이르러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들과의 싸움에 말려들어 중재를 하게 됨으로써, 횡재를 하고 결국 잘 살게 되었다.
예전에 한 사람이 있는데 자식들은 많고 하도 가난해서 죽겠더랴. 살다 살다 구찮아서 어디를 지나가는디. 길거리에 앉아서 점을 보던 사람이 가만 본께, 저 사람이 저기 하겄다 싶은데, 그 사람이 저 가서 물에 빠져 죽을라고 죽으러 가는 판이여. 그런데 점을 보고서,
'에이구, 점이나 한번보고 죽어야 겄다.' 하고는 점을 한게 당신은 굶어 죽을 팔자여. 굶어 죽을 팔자밖에 안 되겠다 그려.
"아이휴, 이러나 저러나 굶어 죽을 거면 물에나 빠져 죽는다."
고 물가 들어가니 물이 들어왔다 나가서 거기가 그냥 고기 새끼가 고물 고물해. 그걸 거기다 두면 물이 말라서 죽겠거든. 그래 고무신짝으로 죄다 그걸 갖다가 큰물에다 띄워 줬어요. 그래서 살궜어. 그 고기를.
그라고서 인자 또, 아이구 그 생각을 한께 고기 새끼들을 그렇게 하고 살리고 난께, 이왕 죽을 거 자기 새끼들 얼굴이나 보고 죽어야 겄어. 그래 집에를 또 오노란께, 그 점쟁이가 보더이 관상쟁이가,
'저 사람이 분명히 아까는 갈 때, 굶어 죽을 팔자였는데 시방 보니 부귀영화를 누려서 홍재를 만날 수여.'
"여보, 여보, 죽지 마시오. 당신이 이 길로 집으로 가지 말고 무슨 쪽이면 무슨 쪽 남쪽 가고 싶은 대로 자꾸 가라."
고 그랬어. 그래 가고 싶은 대로 자꾸 가다가 본께 한 주막집이 나서. 그래 거기서 들어가서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한께 '주인장 주인장'하고 찾은께,
"아이구, 손님 오시는 갑네."
방으로 들어가 모셨어. 암껏도 없는 사람이 방을 하나 차지하고 앉았은께 한참 있더니, '여봐라' 하고 경기감사 마차라고 '에라, 비켜라 비켜라' 하고 들어오는디, 어떻게 할 수 없으니께 구석쟁이에 가 앉아 있은께,
'어허 이 사람 행색은 남루하나마 좀 글자는 알고 배운 사람이라.'
고 말이여. 어른이 들어오면 자리를 비켜주고 저기 한께, 그래 한쪽으로 가서 그러지 말고 여기 앉으라고 그란께,
"아이구, 저는 천민이라 나리 같은 분을 같이 맞대면할 수가 없다."고 한께. 걱정하지 말고 여기 앉으라고. 그이도 상을 봤던가 벼. 앉으라고 해서 앉으니께 장기판을 내라고 해서 장기를 두자고 그래.
"아이구, 황송해서 못 허겄다."고 한께,
"장기를 둘 줄 아느냐?"고,
"둘 줄 안다"고 그래 가지고 장기를 뒀어. 똥땅 똥땅 장기를 두는디, 여기서 이겼다 저기서 이겼다 하는디.
또 한참 있으니 뭣이 출두라고 들어오는디 마굿간이 하나 경기감사 말이 찼는디, 또 한 사람이 들어오니께 그 사람 마부들끼리 싸워. 비키라고 나중에 들어온 놈이 벼슬이 더 높은게 먼저 들어왔건 자리를 비워 자리를 비워 달라고. 경기 감사라는디 나중에 온 놈은 더 높아. 더 높은게 서로 싸우는디.
그 주인이 그 사람을 불러서 거기 행색이 남루한 이를 불러서, 참 주인이 부른 게 아니라, 그 마부가 불러서,
"당신하고 경기감사하고 친한게 말 좀 해 달라."고 인제 이 사람이 못 싸우게 했어. 못 싸우게 해서 알고 보니까 이 사람이 더 높거든 먼저 들어온 사람이. 그러니 그 사람보고 그래. 큰일 났은께 이 사람이 친분이 있어서 장개를 두는 줄 알고 그 사람을 불러서 그냥 패물을 주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그 사람한테 청을 좀 넣어 달라고 마냥 빌어 싸.
나는 아무 저기도 없는 사람이라고. 이렇게 저 양반이 친구를 해 달라고 해서 앉았다 뿐이지. 난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한께. 이리 좀 들어오라고 그라더이. 자네는 들으마하고 호의를 버리지 말라고. 그런께 그 사람이 양보해 줬어. 그 사람을 용서해 줬어. 잘못 굴었건 이 사람을 위해서 이 남루한 사람을 위해서 그래 해 줬더니 그 사람이 하도 고마워서 그 사람한테 패물을 많이 줬어 그냥. 자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디 그 사람을 구해 줬으이. 말해 줬으이. 이 사람을 봐서 용서해 준다하이 그 사람을 보물을 많이 줬어요.
그래 가지고서는 운이 터졌을 거 아녀? 집에 와서 논도 사고 밭도 사고 아들 딸 데리고 잘 살더랴. 그렇게 싱겁지?
- 읍내동 현대아파트 경로당. 이오순(여,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