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의 역사문화

귀신 보는 왕방울

카테고리
제사/혼령/도깨비
작성자
대덕문화원
작성일
2025-04-07
조회
35
귀신 보는 왕방울
줄거리 : 왕방울이라는 나무꾼 총각이 귀신을 보는데, 하루는 어떤 할머니의 감 광주리에 귀신이 올라앉은 것을 보고 그 할머니가 김진사 댁으로 가는 것을 따라갔다. 얼마 안 되어 그 집 꽃봉이 아가씨가 귀신에 눌려 거의 다 죽게 된 것을 왕방울이가 귀신을 쫓아 병 속에 가둬 아가씨를 살려냈다. 김진사가 왕방울에게 자기 딸을 살려 주면 사위를 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딸을 주기 아까워했다.
참 옛날에 그 그 아이 이름이 왕방울이여, 왕방울. 이름이 왕방울이여. 왕방울인디 걔는 구신(귀신)을 봐요. 구신을 봐. 이런 애들은 못 보는디 걔는 구신을 본다고. 아 그래서 인제 구신이 저 버드나무 밑에 앉았다고 그라먼 애들은 아무 것도 없는디 쟤는 뭐가 앉었다고 한다고. 그런께,
"아이, 저 여자 귀신이 저기 앉었다."
"야, 아무 것도 없어." 그라는디 그 어떤 할머니가 감을 좋-은 거를 요만한 광주리다가 존 것만 몇 개 담아 가지구서루 인제,
"그 감을 누구 줄라고 그렇게 감을 담어 가지고 가느냐?"고 인제 딴 사람이 물으니께
"아이고, 저 고개 너머 김진사네 무슨 아가씨, 아가씨를 줄라고 그런다."고 그라니께루 꽃봉이 아가씨, 참 꽃봉이 아가씨를 줄라고 그란다고. 그라면서는 감 광우리를 요렇게 이구서루 고개를 인저 올라가느라고 올라가니께 그 왕방울이라는 애가 바우 위에 앉아 가지고 풀잎을 뜯어 가지고 피리를 부는디 그렇게 피리 소리를 잘 불어요, 아주 잘 불어. 처량시럽게. 그래서 할머니가 가면서,
'아이고, 풀잎새를 뜯어 가지고 피리를 저렇게 처량시럽게 잘 분다. 어떤 아이가 참 피리도 잘 분다.'
이럭하구서루 가는디 그 꽝우리를 이렇게 얘가 보니께루 빨강 치마를 입고 노랑 저고리를 입은 아가씨가 앉았어, 귀신이. 앉었는디 할머니는 그걸 몰르고 이고 자꾸 가네. 감 꽝주리를 이고 가는 겨. 근디 얘는 보니께루 아가씨가 귀신이 앉았네.
아 그래서 잘롬잘롬 따라갔어. 얘가 따라갔어. 따라가니께 참 김진사네 그 꽃봉이 아가씨네 집이루 들어갔어. 들어갔는디 꽃봉이 아가씨가 그냥 금방 죽네 사네 하고 막 그라네. 그라는디 이 인제 얘가 그 왕방울이라는 애가 그 일꾼을 불러 가지고,
"나 좀 여기서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느냐?"고 그라니께루,
"아 사람 근처 왔다가 하룻밤이야 못 쉬어 가겄느냐?"고. 나 자는 그 사랑방에 와서 자라고 그라며 인제 그 데리고 들어갔네. 그래 저 자는 그 사랑방에다 갖다 모셔 놨어.
그런디 그러나 저러나 이 꽃봉이 아가씨가 무남독녀 외동딸인디 아주 기가 맥히게 이 김진사네 집이서루 참 키운 딸인디 저렇게 그냥 죽네 사네 하고 그냥 금방 죽게 생겼으니 저걸 어떡하면 좋으냐고. 그라니께 이 귀신 보는 왕방울이가,
"그 나 좀 거기 참견할 수 있느냐?"고 그라니께루,
"당신 거기 참견하다가 우리 주인 저 할아버지한테 맞아 죽을라고 그라느냐?"고 그라니께 아니라구, "개똥도 약을 쓴디야. 그런디 암만 내가 나무꾼이래도 그래 누가 아느냐?"고 그라면서 자꾸 거기를 좀 들어가 본다고 그라니께루 아, 그러면 그 인제 김진사 한티 가서루 통해 가지구서루,
"그 사랑방에 그런 사람이 왔는디 나무꾼이 왔는디 좀 아가씨를 살려 준다고 하는디 어떡하면 좋으냐?"고 한께루 들오라고 들오라고. 들어가 보니께, 들어가 보니께루,
"아이구, 숨도 못 쉬겄네, 아이고 목이 맥혀, 아이고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아이고 나는 죽겄네."
꽃봉이 아가씨가 그라고 막 그냥 울어. 울며 그냥 아퍼 죽는디야. 그런데 가만-히 이 왕방울이라는 애가 보니께루 귀신이 들어왔어. 귀신이 따러 그 감 꽝주리 따라온 그 귀신이 와 가지구서루 그 꽃봉이 아가씨 목을 여그를 눌러. 여그를 꽉 눌러. 그런께 숨도 못 쉬지. 이런 팔, 손, 이런 디고 눌르는 겨. 그라니께루 그런데 아퍼 죽는다지.
그라니께루 무슨 방맹이? 참나무 무슨 박달방맹이? 그 방맹이를 가지고 방바닥을 후려치면서루,
"어서(어디서) 이 잡귀가 응 이런 디를 와 가지고 여기가 어디라고 여기를 와 가지구서루 꽃봉이 아가씨를 잡아갈라고 그라느냐?"고 그라면서루 그냥 방바닥을 후려치면서 호령을 어떻게 높으게 하는지 귀신이 그냥 내빼버렸어. 문구녁으로 나갔어. 나갔어요. 그라니께루 그 꽃봉이 아가씨가 금방 그렇게 아퍼 죽는다는 사램이 하나도 아픈 디가 없디야. 그래 멀쩡하게 살았네. (청중:귀신이 나가서) 응, 귀신이 나갔으니께루.
아 그럭하구서 인제 살려 놓구서루 인제 이 나무꾼이 나왔어. 나와 가지구서루 사랑방에 와서 인제 잘라고 드러눴으니께루 아 또 죽는다고 난리가 났네, 안에서. 또 죽는다고 난리가 났어. 아 그래서 어떡햐? 그 나무꾼 온 사람을 오라고 인제 그래 가지고 그 김진사 댁에서 인저 오라고 해 가지구서루 들어갔어. 들어가니께루 그 귀신이여, 그 귀신. 그 귀신이 와 가지구서는 아 그렇게 또 목을 눌르고 그냥 팔다리를 그냥 눌르고 해서 죽는디야, 아퍼 죽는디야.
그러니께루 그 김진사가 우리 딸만 살려 주먼은 내가 우리 사위를 삼겄다고 그랬어.
"사위를 삼겄다."고.
"우리 딸 좀 살려 달라."고.
"그냥 금방 죽게 생겼으니 어떡하느냐?"고 한께루 아 인제 그 귀신 보는 왕방울이가 그냥 참 땅을 치면서 또 그렇게 호령을 했네.
"이 잡귀가 어서 물 한 모금도 못 얻어 먹을라고 여기를 와 가지구서루 이렇게 있느냐?"고 인제 그라먼서 당장 못 나가느냐고 그라고 인제 호령을 하니께루 그 아가씨가 인제 차츰-차츰 깨 났는디. 이 나무꾼이 나가먼은 또 들어올 챔이여. 그 귀신이 또 들어와. 그래 김진사 보구서루 이 문을 바늘구녁 하나도 없이 꼭 풀을 쒀 가지구서루 막으라구 종이를 사다가 꼭 막으라고 아주 바늘구녁도 없이 막으라고 그란단 말여. 아 그래서 그 싹 발러서 막았어.
막으니께 손가락으루다가 구녁을 이만치 뚫버 놔. 그 나무꾼이. 뚫버 노니께루 귀신이 글루 들어왔어. 들어와 가지구서루 그냥 그 아가씨를 잡아갈라고 그냥 또 인저 뭐 목을 눌르고 그냥 팔을 눌르고 그랴. 응, 그랄 적이 고렇게 아가씨가 죽는다고 할 적에 그 문구녁을 얼른 종이루다가 싹 발러 버리라고 그랬어. 아 그래 김진사가 옆이 섰다가서는 참 인제 아가씨가 죽네 사네 울고 딿고 하는디 문구녁을 그 손가락으로 뚫버 놨던 문구녁을 풀을 가지구서 발라 가지고 종이루다가 싹 발라 버렸어.
싹 발르니께루, 싹 발르구서 그 나무꾼이 그냥 당장 못 나가느냐고 인제 나가라고 막 그냥 호령을 하니께루 이 귀신이 나서서 문구녁으루 나가야 할 텐디 바늘 구녁 하나도 없이 딱 막아 놨으니 나갈 수가 있어? 나갈 수가 없어서 인제 왕방울이가 그랬어. 김진사 보구서루 병을 빈 병을 주댕이 쪼끔 질은(긴) 병을 하나 달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인저 병을 갖다 줬는디 병뚜껑을 이렇게 들구 앉아서루 당장 나가라고 막 그냥 야단을 치니께 이눔이 귀신이 뺑뺑 돌아댕기미 어디로 나갈래야 나갈 구녁이 있어야지? 틈이 없어.
그라니께루 아이 저 병속이래도 좀 들어 가야겄다고 어디로 갈 데는 없고 저렇게 왕방울이 저렇게 호령을 하니 워떡하느냐고. 아 그라면서 병 속으로 쏙 들어가네. 들어가니께루 왕방울이 그냥 병 뚜껑을 그냥 딱 막아 버렸어. 딱 막아 버린께 이 눔의 귀신이 나오도 들어가도 못 하고 인저 거기 있는 겨.
그래 가지고 인저 아가씨는 살고 아가씨는 살고 병을 갖다 저 바닷물에다 던져 버리고 그라는디 인제 그 김진사가 딸을 살려 주먼은 왕방울이를 사위를 삼는다고 그렇게 말은 했는디 아 그 귀여운 딸을 그 무남독녀 외동딸을 이 예쁜 딸을 그렇게 키워 가지구서루 나무꾼 주기는 아깝거든? 아까워 못 주겄어, 주고 싶어도. 준다고는 했는디도. 그래서루 주덜 못 했대요. 주덜 못 하구서루 참 그 아가씨도 살고 왕방울이도 살고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그건 몰라. 그래 가지구서루 귀신은 갖다가 바닷물에다 갖다 병에다 들어간 건 내뼈 버리고. 그래 가지구서루 잘 살었대요.
- 대화동 제1경로당. 이순이(여,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