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과의 결의 형제
카테고리
보은/응징
작성자
대덕문화원
작성일
2025-04-07
조회
48
도둑과의 결의 형제 |
줄거리 : 한 사람이 어머니의 제사상을 준비하기 위해 장에 가서 소를 팔았으나 돌아오는 길에 산 속에서 도둑을 만나 돈을 다 빼앗겼다. 이때 경찰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도둑의 위기를 모면하게 해줌으로써 도둑이 그와 의형제를 맺고 잘 살게 되었다. |
이 사람은 시골서 농사짓고 사는디. 참 살기는 괜찮으게 지내는디 저거 어머니가 돌아 가싰어. 옛날에는 그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년 동안을 생인 노릇하고 그 3년 상 제사를 배깥 제사라고 해서 마당에다가 영을 모셔 놓고 거거다 아침저녁이면 밥을 지어다 놓고 곡을 하고 그랬어요. 옛날에는. 그래 그 3년이 되얐는디. 어머니 제사가 곧 돌아와. 근께 시골서 돈은 없어. 농사 진께 먹을 것 같은 건 많이 있지만. 근께 그냥 소를 팔아야 돈이 나오는디. 그래 소 한 마리를 장으로 갖고 가서 팔러 갔는디, 옛날에는 전부 걸어 댕기는디. 그래 한 재를 넘어 가지고 가서 소를 장에 가 팔라고 장에 갔는디, 아 이 소가 안 팔린다 말이여. 그래서 인자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은께 아 그냥 저물게 어떤 놈이 소를 산다고. 그래 늦게 인자 소를 팔았어. 팔아 가지고는 돈을 세 가지고는 보따리에다가 싸고 해 가지고, 옛날에는 전대라고 돈 넣는 것이 있어요. 허리에다 요렇게 대고 옷 속에다 차고 댕기는 전대에다 돈을 넣어 가지고 여기다 차고. 인자 집에를 가야 되는데 해가 넘어가 뿐께 그냥 금방 저물어진다 말이여. 그래 그 산을 넘어서 재를 넘어서 가야 된께, 아 산만댕이를 올라간께 깜깜해졌는디 아 기냥 어떤 놈이 앞에서 칼을 모가지에다 들이대고, "너 오늘 소 판 돈 내놔." 허 이놈이 장에서 소 판 것을 다 보고 인자 그리 올 것이다 허고 그 질목에서 딱 지키고 있는디. 그래, "예." 옷을 벗고 전대를 떼 가지고 그 도둑놈을 줌서, "여기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이 돈을 갖고 가기는 갖고 가도 돈을 나쁜 데 쓰지 말아 주시오. 내가 우리 부모 제사 장 볼라고 소를 판 것인디, 이 돈을 나쁜 데다 쓰면 안 되지 않느냐고. 그런께로 제사 지낼라고 헌 돈인께 좋은 디에다가 써 도라." 고 하면서 도둑놈을 주었어요. 그런께 도둑놈이, "아 이 미친놈아, 도둑놈이 돈 씨는 것을 어떻게 좋은 디다 쓰고 나쁜 디다 쓰냐? 아무 데라도 씨면 되는 것이지." 그러거든. 그래 뭐 참 할 말이 없단 말이여. 그래 둘이, 그놈은 돈을 받아 가지고 지가 챙겨서 짊어질라고 요리조리 해 갖고 거기서 그러는디, 아 그러자 그냥 막 얼굴에다가 후라시 불이 확 비치거든. 갑자기. 그래 본께 그 도둑놈 얼굴도 확 비치고 돈 뺏긴 사람 얼굴도 확 비치고 기냥 후라쉬를 요렇게 딱 비친께, 그래 어떤지 모르고 섰은게 딴 데는 캄캄하이 아무것도 안 보이지 뭐. 불이 확 비친께. 그래 소리를 확 지름서, "너 놈들 뭣하는 놈들이여?" 옆에 이만치 딱 내려옴서, "꼼짝말고 섰어. 나는 이 밑에 경찰서 형사여. 그런께 음력설이 곧 돌아오고 그런께 단대목이 돌아온께로 도둑놈이 많이 댕기기 땜이 내가 순찰을 도는 거인디. 너거 뭣하는 놈들이여, 도둑놈 아녀?" 아이구 도둑놈이 인자 아이구 나 죽었다, 근디 그 돈 뺏긴 사람이, "아이구, 형사 나으리." "왜요?"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사람하고 나하고 어려서 한 동네에서 태어나 가지고 한 동네서 크다가 이 사람은 자기 부모들이 일본으로 식구가 다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자기 부모들하고 일본 가서 여태 살고, 나는 시골 아무데서 농사짓고 사는 사람이여. 그런디 아 오늘 장에 갔다가 여거 오다가 아 이 고개에서 만난 것이 이 친구를 만났어. 그래 수십 년 만에 만나 논께 어떻기 반가운 지. 우리가 하도 반가워서 지금 이얘기를 허고 있는 중이여. 그런디 마침 형사 나으리가 후라시를 비치고 있어. 우리가 이러고 있습니다. 그린께 용서해 주시오." 그런께, "뭐 용서할 거 뭐 있어? 그러면 시간이 지금 오래 되었은께 조금 있으면 형사 여 주위에 또 따라와. 근께 여기 있으면 자꾸 조사허고 그러고 안된께 이 사람 집으로 가든지 당신 집으로 가든지 시방 빨리 가라고 여기서 오래 지체하면 안 돼. 그런께 가라."고 "예. 예. 이제 갈랍니다." 그런께 '어서 지체말고 가' 그러고는 형사는 그 너머로 넘어가 버렸어. 아 이 도둑놈이 가만히 생각해 본께, '세상에, 이 놈이 도둑놈이오 하면 돈도 안 뺏기고 돈도 찾아 가지고 가고 헐 것인디. 아 이맇기 나를 말을 좋게 해 가지고 살리주니 내가 아무리 도둑놈이지만 이 돈을 내가 갖고 갈 수가 없다.' 그래 앞에 가 꿇어 엎드리 가지고, "형님, 죄송합니다." "뭐이 죄송해?" 아 기냥 돈을 끌러 가지고는 돌아 줌서, "형님 받으세요." 자꾸 앞에 가서, "아니여. 나는 우리 집에 가면 또 소 한 마리 있어. 그런께 돌아온 장에 가서 팔아 가지고 우리 어머니 제사장 보면 되는디, 자네는 오직이 어렵게 살아야 요런 짓을 허겄는가? 그런게로 그냥 요놈 갖고 가서 쌀 팔아 가지고 처자 자식허고 먹고살고 인자는 이렇게 나쁜 짓은 허지 말고 살아, 좀 배고파도. 좀 배고파도 요런 짓 허지 말고 마음을 고쳐 가지고 살아." "아이구, 예. 예. 그래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돈은 받아 가지고 가시오." "안되야. 내가 말하잖아. 자네 오죽이 어려워야 이런 일을 허겄어? 그런께 꼭 갖고 가." 그러고 막 걸어간께 그냥 와서 못 가게 개리고 막 보따리 그 놈을 형님이 받아야 내가 간다고. 그래서 인자 헐 수없이 받았어. 근께 갈라고 본께, "아 형님 주소를 좀 갈쳐 주소." "아 내 주소 알아서 뭣허게?" "아니여. 저 형님 제사 때 우리가 조문을 갈랍니다. 그런께 그 제삿날 갈쳐 주고 주소를 적어 주시오." 자꾸 물어 싸. 그래서 갈쳐 줬어. 그런께 이 도둑놈이 치부책에다가 싹 적어. 그래 싹 적고 난 뒤 인자 갔어. 이 사람은 가고 인자 그렇게 했어요. 가도 저거 동네 가서 저거 식구들보고 동네 사람보고도 절대로 말 안 혀. 혼자만 알고. 말 안 허고는 인자 며칠 있다가 제사가 돌아왔어. 그래 인자 막 장에 가서 고기 사고 걸게 제사장 봐 가지고 와서 제사를 온 동네 일가 친척이 와 가지고 음식을 마당에서 장만하고, 그래 가지고 그 이튿날 제사를 지내는디. 동네 사람들이 점도록 마당에 와서 앉어서 얘기허고 놀고 뭐 호상이라 막 노래 부르는 사람도 있고 그래 가지고 제사를 지내고 있는디, 아 이 도둑놈들이 안 와. 그래 밤이 되얐는디. 밤에 한 10시나 되얏는디. 마당에다 제사를 지낸께 인자 화목불을 피워요. 불을 환허이 피워 놓고 사람들이 여기 와서 불 쬐고. 여름에도 춥거든, 밤에는 바깥에는. 새벽녀키 되면 여름에도 추워요. 이 화목불을 피워 놓고 그렇게 있은께 훤허이 마당이 비치지. 그래 이 생인이, '도둑놈들이 온다고 했는디 시간이 이렇게 되얐는디 안 온다.' 하고. 늘 문 앞을 살피 본께 배깥에서 옥신각신 혀. 그래서 요리본께 아 그 도둑놈들이 오는 것이여. 양복을 입고 도둑놈들이 들어와. 그래 들어오는데 본께 그 놈들이여. 그래 뭐이라 하는고 하니, 제사지내는 데는 손님 안내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래 그 안내하는 사람보고, "나는 이 집의 상주하고 나하고 아주 친하게 지낸 사이여. 그런께로 제사지내는 영 우에 가서 잔 한잔 올리고 나도 가서 곡을 하고 그래야 된께 나를 좀 영으로 안내해 도라." 헌께 그 안내하는 놈이 그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어. 거시기 헌께 영우에 가서 들어가서 잔 한잔 부서서 딱 올리고 이놈이 곡 서너 자리하고 거기서 나와서 절하고 생인하고 인사하고 있은께, 생인이 밖에 가서 술이랑 먹고 밖에가 놀으라고. 밖에 불 훤하게 피워 논 데로 인자 나와 가지고는. 한 이십 명이 왔는디 이놈들이 인자 본께로 그 부조 적는 사람이 있거든. 그런게 그 부조 적은 사람한테로 가 가지고는 한 이십 명되는 놈들 전부 가 가지고는 시방 돈으로 말하면 한 십 만원씩 각자 부조를 하는 것이여. 근께 이십 명이 와서 십 만원씩을 한께 돈이 얼매여? 이백 만원이지? 이백 만원이 들어왔어. 근디 그때 소 한 마리 이백 만원커이나 오십 만원도 안 간다고. 근기 소 몇 마리 개비 들어왔어. 그래 인자 제사를 잘 지내고 인자 그 사람들하고 결의형제를 맺아 가지고는 그 뒤에는 그 도둑놈 집에서 뭔 잔치가 있으면 요 사람들이 식구대로 가 가지고 거 가서 다 일 봐 주고 잘 먹고 놀다 오고, 또 여 집에서 아들 여우든지 그러면 저 사람들이 와 가지고 막 음식을 같이 장만하고 그렇게 와서 일 봐주고. 아 그래 가지고 결의형제가 되아 가지고 그대로 아주 잘 살았대요. |
- 와동 현대아파트 경로당. 이정의(남,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