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의 역사문화

집의 구성 : 주춧돌

카테고리
전통건축
작성자
대덕문화원
작성일
2025-04-07
조회
78
집의 구성 : 주춧돌

 

주춧돌은 다른 말로 '초석', '기초'라고도 한다. 건축물의 기둥이나 토대 밑에 놓여 위에서 누르는 무게를 땅으로 전달하는 기본 구조를 말한다. 그러므로 초석은 장구한 세월에 침하 되거나 파손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춧돌은 단단한 돌로 만든다.

옛날 중국에서 청동으로 초석을 만든 예는 있으나 그것은 흔하지 않은 드문 사례이다. 대부분 초석은 석재를 이용한다. 원시시대에는 초석을 쓰지 않고 기둥을 땅속에 단단히 묻어서 세우기도 하였다. 이런 것을 굴입주(掘立柱)라고 한다. 또는 초석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무주초석(無柱礎石)'이라는 말도 쓴다. 초석은 무거운 집의 무게를 모두 받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내려앉거나 흔들려서는 안된다. 초석을 단단하게 고정시키기 위하여 초석 밑에 여러 가지 기법을 사용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초석 밑을 일정한 크기로 파고, 흙·모래·회를 섞어 만든 '삼회물'을 한층한층 단단히 다져 만든 다음 초석을 놓는 방법을 쓴다. 이렇게 만들면 나무뿌리나 벌레가 감히 침범하지 못한다. 심지어 지진에도 끄덕 없다. 또 하나의 방법은 초석 밑에 모래와 자갈을 다져 깔고 초석을 놓기도 한다.

초석을 놓을 때 초석 바로 밑에 주먹돌을 고여 움직이지 않게 하는데 이 돌을 적심석(積心石)이라고 한다. 삼국시대 건물 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법이다.

초석은 놓이는 자리와 모양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여러 가지인데, 먼저 놓이는 위치에 따라 건물의 바깥쪽에 놓이면 외진초석(外陣礎石)이라 하고 건물의 안쪽에 놓이면 내진초석(內陣礎石)이라 한다. 그리고 앞쪽에 놓이면 정면초석, 뒤쪽에 놓이면 배면초석, 측면에 놓이면 측면초석이라 부른다. 어떤 건물에서는 가장 중심에 초석을 놓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없지만 황룡사 9층탑이나 현존하는 법주사 팔상전과 같은 건물에서는 건물 가운데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웠다. 이 초석은 옥심주초석(屋心柱礎石)이라고 한다. 이렇듯 초석은 놓이는 자리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

초석을 만드는 모양에 따라 또한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우선 자연석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덤벙주초'가 있다. 마치 덤벙덤벙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쳐진 이름이다. 우리 건축에서 가장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덤벙주초에 기둥을 세울 때는 반듯이 그랭이질을 한다. 기둥 밑둥을 울퉁불퉁한 초석 상부에 놓고 본을 뜬 다음 잘라 초석 위에 맞추어 세우는 것을 '그랭이질' 또는 '그래질'이라 한다. 이렇게 기둥을 세우면 초석에 밀착되어 기울지 않는다. 그랭이질에는 '그래자'를 쓴다. 얇은 대나무로 마치 핀셋 같이 만들어 한쪽 가닥에는 칼질을 하여 먹물을 묻힌다. 초석 위에 기둥을 임시로 세운 다음 그래자의 한 가닥은 초석에, 먹을 묻힌 다른 가닥은 기둥 밑둥에 댄다. 그리고 초석에 밀착시킨 다음 기둥둘레를 한바퀴 돌면 초석의 모양대로 기둥에 그려지게 된다. 그려진 밑둥을 잘라내면 초석의 들쭉날쭉한 부분과 정확하게 밀착되는 것이다. 틈이 있으면 벌레나 습기가 스며들어 썪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기둥뿌리 가운데를 조금 파내고 소금이나 백반을 넣어 두기도 한다. 돌과 돌을 밀착시킬 때도 이 기술을 사용한다. 자연상태를 조금이라도 손상치 않고 자연에 동화하려는 심성을 여기서 엿볼 수 있다.

돌을 잘 쪼아서 만든 초석은 만드는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붙여진다. 사각으로 만들면 방형초석, 원형으로 만들면 원형초석이 된다. 그러나 아래를 넓게하고 위를 좁게 만들면 방추형, 원추형이 된다. 다듬은 초석에도 기둥이 놓일 자리를 새겨두는 것과 새기지 않은 것이 있다. 기둥이 놓일 자리를 '주좌(柱座)'라고 하는데 주좌가 있는 초석을 '주좌초석', 없는 것을 '무주좌초석'이라고 한다. 주좌를 새기는 모양도 다양하다. 원형으로 새기기도 하고, 8각형이나 방형으로 새기기도 한다. 한 줄, 두 줄, 또는 세 줄까지도 새기고 좀더 화려한 것으로는 연화를 새긴 연화문 주좌초석도 있다. 초석 중에는 복발형(覆鉢形)초석이 있는데 모양이 마치 사발을 거꾸로 엎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매우 고급스럽게 보이는 초석이다. 복발형과 비슷하게 북모양으로 만든 것(鼓形)도 있다. 또 다른 초석으로 동물모양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거북모양 초석이다. 거북은 장수를 의미하고, 물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초석에 거북을 새겨 건물의 장수를 빌고, 불에 약한 목조건축에 물을 상징하는 거북을 새겨 둠으로서 화마(火魔)로부터 건물을 지켜달라는 염원을 빌었던 것이다. 건축물은 아니지만 비석을 세울 때 거북모양으로 만들어 받치는 구부(龜趺)는 비석이 영원히 보존되기를 염원하는 의미와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건축 요소에는 이러한 길복 사상이 깃들어 있다.